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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새해엔 제2·3호 영리병원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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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제2·3호 영리병원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을”

“투자로 국내 의료 수준 높이고 국제경쟁력 확대” vs “영리병원 개설 이전에 건강보험 내실화 먼저”
기사입력 2019.01.01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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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己亥年 신년특집] ①누구를 위한 영리병원인가?

원희룡 지사.jpg▲ 지난해 12월 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제주특별자치도>
 
[아이팜뉴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12월 5일 중국 국유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추진한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함으로써 십수년간 논란을 빚어온 영리병원이 새해부터 곧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개설 허가로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16년 만에 국내에서 첫 영리병원이 탄생하게 됐다. 또한 외국 영리병원 개설 논란도 2005년 11월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도입 이후 13년 만에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제2·3호 영리병원이 생겨날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는 분석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발표하면서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다만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결정(불허)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고려해 도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원 지사는 이어 “녹지국제병원 진료과목도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했다”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이 녹지국제병원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원 지사가 당초 공론조사위 권고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번복한 채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준 것은 제주 지역경제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합법적으로 진행된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불허할 경우 초래되는 한·중 외교 문제 비화, 외국 투자자들의 불신과 행정 신뢰 추락에 따른 국가신인도 추락, 관련 사업자 손실로 인한 일련의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원 지사의 발표 다음날인 12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소속 단체들과 함께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소하 의원은 “영리병원은 우리나라 현행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면서 의료 공공성을 파괴하고, 국민건강보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에 그간 보수 정권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국민적 반대 여론에 밀려 사라졌었던 정책이다”면서 “원 지사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허용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제주특별법 등에서 명시적으로 외국인 대상 병원으로 특정하고 있지 않고 있고, 내국인 진료를 금지할 법률적 근거도 없다는 점에서 제한적 허용은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원 지사는 이를 두고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위원회의 결과를 무시한 이번 처사는 제주도민 외국투자 자본을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제주도민의 민의를 무시하고, 공론조사위원회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약속마저 저버리며, 국민의 건강과 의료를 외국자본에 맡긴 원 지사의 이번 결정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영리병원의 허가는 과잉 의료, 의료비 폭등, 의료 양극화로 이어져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영리병원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윤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병원의 영리법인 설립금지’를 분명히 했다. 이 공약은 깨졌다. 이를 지키지 못한 민주당과 현 정부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반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의혹도 끝까지 밝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또한 국내 제1호 영리병원 허가자와 묵인방조자로서 원희룡 지사와 문재인 정부를 역사에 기록할 것이다”고 맹비난했다.

윤소하 의원 기자회견.jpg▲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와 의료민영화 저지 운동본부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첫 영리병원을 허가한 원희룡 제주지사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 제공=윤소하 의원실>
 
의료계 안팎에서도 제주도의 이번 결정이 의료 분야의 새 활로를 개척했다는 주장과 의료 공공성을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맞서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영리병원은 외국 자본과 국내 의료자원을 결합해 외국인 환자 위주의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인 외국계 영리병원을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만 허용하고 있다.

그동안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해온 측은 새로운 자본 투자가 이뤄지면서 의료서비스 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의료 분야에서도 다른 산업처럼 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투자를 통해 국내 의료 수준을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기존 병원들은 대출을 통한 투자에 의존했기 때문에 병원이 잘못되면 의사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영리병원은 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하기 때문에 첨단 의료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리병원 도입으로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도 거세다. 녹지국제병원을 시작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의료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지고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녹지국제병원은 이익을 내려는 병원들 사이에 ‘뱀파이어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1명이 물리면 순식간에 여러 명에게 전파가 되듯 처음에는 경제자유구역에서, 다음에는 전국 곳곳에서 영리병원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도 “영리병원은 우리가 가진 보건의료체계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며 “의료비를 결정하는 수가와 환자 알선 금지, 의료광고 규제 등 각종 안전장치가 다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영리병원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를 받으면 진찰료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이런 가격 설정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식으로든 국내 의료기관의 의료비를 전반적으로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건강보험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 유명무실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수준에 따라 의료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비싼 치료비를 낼 수 있는 환자들은 영리병원에 가서 첨단 의료서비스를 받지만, 가난한 환자들은 이보다 못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녹지국제병원 개원 반대 권고 사항을 무시하고, 외국 투자 자본 유치 목적만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내 의료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심각하게 우려했다.

의협은 특히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에 따라 현행 의료체계의 왜곡을 유발하고, 국내 타 의료기관과의 차별적인 대우로 인한 역차별 문제 등 많은 부작용이 초래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외국 투자 자본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기관은 우리나라의 기존 의료기관 같이 환자의 건강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수익창출을 위한 의료기관 운영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12월 6일 제주도청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나 ‘녹지국제병원의 진료 대상이 외국인에 국한되며, 내국인 진료는 하지 않는다’는 허가조건과 관련해 “의료법 제15조에서 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진료 거부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러한 의사의 직업적 책무성이 있는데, 과연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국인 진료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령 내국인 환자가 응급상황 등으로 녹지국제병원에 방문했을 경우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사망 또는 다른 중한 질환 발생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영리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문제와 관련해서도 “면역항암제의 경우 만약 녹지국제병원에서도 맞을 수 있다면 국내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영리병원 첫 허용으로 둑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영리병원 개설 허가 이전에 기존 건강보험제도의 내실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법적으로 건강보험제도가 내실화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는 “의협이 제기하는 문제를 충분히 이해한다. 충분히 보완하는 장치를 만들었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다”며 “앞으로 조례 제정이 남아있는데, 의협과 의사회에서 전문가적 의견과 자문을 많이 해 주면 적극 반영하겠다. 내국인 피해가 없도록 하겠고, 진료범위를 넘어 내국인을 진료할 경우 개설 허가를 취소할 것이다”고 전했다.

새해부터 곧 진료가 시작되는 제주국제병원으로 인한 국내 영리병원 문제가 올 한해 내내 시끄러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제2·3호 영리병원을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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